이 글에서 이어집니다. 여름은 여름인 모양이었다. 비가 그쳐 깨끗해졌던 하늘은 어느새 다시 먹구름이 몰려왔고, 눅눅한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한바탕 비를 쏟아내었다. 빗소리는 고요한 밤이 되자 더 요란하게 들렸다. 오래간만에 겪는 불면의 밤이었다. 센토는 비가 오는 날이면 곧잘 악몽에 시달리고는 했다. 그렇게 잠을 설치다 깨면 더는 잠들지 못했다. 비만 내리...
이 글에서 이어집니다.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난 하늘은 전과 다름없이 맑았으나 땅은 그렇지 않았다. 반죠는 운동화에 질척이며 달라붙는 흙을 문질러 떼었다. 센토의 집에 갔었던 게 벌써 며칠 전이었다. 그날은 즐겁게 놀고 비가 완전히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돌아갔다. 반죠는 자신의 기분이 무엇 때문에 가라앉았는지 금세 잊었다. 주말에는 책상을 펴 자리에 ...
이 글에서 이어집니다. “말도 안 돼! 거짓말이지?” 본격적으로 여름방학이 시작된 후, 반죠는 보충수업이 끝나고 2시간 정도 센토를 거의 매일 만났다. 센토가 반죠를 만나고 나서 부쩍 늘게 된 말이 바로 저것이었다. 센토는 첫날 의기양양하게 시험지를 가져와 반죠 앞에 들이밀었고, 반죠는 놀랍게도 그 시험지의 반도 다 풀지 못했다. 센토가 반죠의 성적을 듣고...
제목은 이 노래에서 따왔습니다. 그날은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다. 눈을 찌를 듯이 강렬한 햇빛이 내리꽂히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해가 잠시라도 구름에 숨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내비쳤다.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후끈후끈했다. 보잘것없는 선풍기는 털털털 돌아가며 남은 목숨을 불태웠다. 그 소음마저 덥게 느껴질 정도였다. 답답하게 조여오는 듯한 흰색 티셔...
2월 14일, 아다치와 맞는 열일곱 번째 발렌타인 데이. 쿠로사와와 아다치는 발렌타인 데이에 저녁을 꼭 집이나 근사한 식당에서 함께 먹고, 초콜릿을 교환하곤 했다. 그들만의 리추얼이라고 해도 좋았다. 쿠로사와는 일찌감치 초콜릿 상자를 챙긴 참이었다. 초콜릿은 집에서 줘도 된다지만, 혹시라도 따로 퇴근했을 때 몰래 준비한 상자를 들키면 안 되니까. 쿠로사와는...
#체리마호_전력_120분 언제나 지각하는군요 (민망) 주제는 커플아이템으로 쓴 글입니다 이쪽은 34살 하고도 364일의 나.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30대 중반으로서 삶을 하루씩 쌓아가고 있다. 내일이 되면 더는 30대 중반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30대의 완전한 중간에 서 있게 된다. 그렇지만 오늘의 해는 오늘 떠오르는 법이고, 나는 아침 일찍...
시작은 이 트윗이었는데요... 늘 사람이 그렇듯 생각한 대로 나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전력이라기엔 너무 늦어버렸지만 간만에 전력이라 즐거웠습니다. 주제는 온천과 감기입니다. 쿠로사와 가문의 막내 도련님인 쿠로사와 유이치는 수려한 외모와 부드러운 성정으로 시종에게도 존경받는 이였다. 그런 쿠로사와도 가끔 기행 아닌 기행을 감행하는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
“안녕하세요, 혼자 오셨어요?” “네? 네….” “괜찮으면 제가 한 잔 사도 될까요?” “네….” 크리스마스이브, 화려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 바에서 조명을 받으며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와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는 남자. 사실 이 둘의 정체는 5년째 사내연애 중인 커플이었다. 아다치는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울상을 지으며 지난 주말...
최종화 전에 어떻게든 쓰고 싶어서 퇴고가 매우 거칩니다... 천천히 수정할게요. 30살까지 동정이면 엄지왕자가 될 수 있대 아다치 키요시, 30세. 특이사항, 이 나이 먹도록 동정. 여기서 동정이라 함은 그…. 경험이 없을뿐더러 누군가와 사귄 적도 없다는 뜻이다. 어제는 나의 30세 생일이었고,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도시 괴담처럼 그 ...
아다치는 새 학기를 맞아 산 청재킷의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벙벙하게 커다란 사이즈의 옷은 자신의 것 같지 않았다. 괜히 안 하던 짓을 했다고 후회하며 캠퍼스를 빠르게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 모르는 얼굴로 가득하다. 웃으며 반갑게 서로를 맞는 얼굴들, 개강 초부터 심각하게 미래를 고민하는 얼굴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신입생의 얼굴들. ...
「마침내 왕자님의 결혼식 날이 밝았어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왕자님은 하얀색 예복을 차려입었습니다. 그러자 태양은 물론이고 달도 별도 아침부터 고개를 내밀고 구경했습니다. 반짝거리는 빛이 왕자님에게 쏟아져 내렸지요. 다들 그의 신부가 누가 될지 궁금해했어요. 특히 왕비님은 자신이 정해준 공주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 왕자에게 매우 화가 났습니다. 그렇지만...
크림색 커튼으로도 가리지 못한 햇빛이 반짝이며 교실로 곧게 들어왔다. 아, 여름은 여름이다. 눈부셔. 아다치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빳빳하게 목을 덮은 칼라가 조금 답답해서 만지작거려보았다.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로는 전혀 시원해지지 않았고, 아이들은 선생님의 고전 문학을 배경 음악 삼아 책상에 하나씩 녹아내렸다. 창가에 앉은 아다치는 고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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